Thursday, October 4, 2007

10월 3일

오늘은 카피바라에 2차 인터뷰를 보러 갔는데 내가 지원했고 전화 인터뷰를 했고 시험까지 치뤘던 포지션이 이미 내부에서 채워졌다는 나쁜 소식을 들었다. '나쁜 소식'이라기 보다는 '사람을 가지고 놀고 있나?' 분개해도 좋을만큼 말도 안되는 얘기. 무엇 때문에 내가 시험을 치고 결과를 몇 주일이나 고대하며 기다려왔단 말인가? 남은 것은 다른 부서(휴대폰 게임 개발실)의 주니어 프로그래머 뿐인데 보수도 훨씬 낮고 내가 한참 over-qualify하기 때문에 그쪽에서도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참. DS용의 두번째 프로젝트가 생기게 되면 연락을 한다고 했으나 그저 멀쩡한 사람을 농락하는 언동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은 아쉬운 놈이 우물파는 곳.

실망과 허무가 범벅으로 더러운 기분이었으나 일단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시작하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전화로 여자친구에게 위로를 받다가 그쪽까지 기분이 상해서 마음도 안 좋은데 도리어 내가 그녀를 위안해주어야 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버스에서 멍하니 있다가 내릴 곳을 놓쳐서 30분이나 터벅터벅 길을 다시 돌아와야 했다. 멀리서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차도를 건너 내 앞쪽을 지나갔다. 내게는 '뭔가 재수가 없음'을 우주가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깨가 쳐지고 한숨이 나왔다.

밤하늘의 풍경도 초가을의 바람도 실패로 무거운 마음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 여자친구 친구의 생일파티에 가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텐렌(Tenren)에서 사람들과 케잌이라도 먹으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면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뭘하고 있는건가' 수준의 절망감이 들었을지 모른다. 걷다보니 생각이 좀 정리되고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자조감이 수그러들어, 결과적으론 내릴 정류장을 놓친 것이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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