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October 24, 2007

10월 24일

섬뜩할 정도로 밝은 보름달 밤.

정원에 나섰을 때, 나무들이 하얗게 빛나며 마치 수만개의 작은 꽃들이 흐드러진 것 같았다. 가을밤에 향기없이 피어난 백리야행인가. 다가서니 늦가을까지 남아있던 작은 나뭇잎들이 달빛에 물들어 희뿌옇기도 하고 보랏빛 같기도 한 색을 반사하고 있던 것이다. 갑자기 잦아든 공기는 차갑고 깨끗하여 어쩐지 그리운 사람의 유령이라도 나타날 것 같았다. 두려운 마음이 들어 뒤돌아보니 집 안 거실에서는 야구중계를 보고 있던 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다시 뒤돌아보니 가장 높은 나무의 또 한참 위에 둥근 달이 떠있었다. 온 방향으로 떨치는 광휘가 칼날 같았다. 자정 무렵이었고 세상은 잠이 든 듯 조용했으나 사실 금방이라도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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